이명박이 BBK 관련 의혹에서 벗어날 조짐이다. 5일 검찰에서 발표한 BBK사건 관련 수사 결과에 의해 우리는 이명박이 BBK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검찰의 자체 의견'을 '통보'받았다. 그 수사 결과 내용이 믿을 만한 것이든, 그렇지 못한 것이든 간에 지금 시점에 중요한 것은, 그 '통보'에 의해 지금껏 MB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줄곧 고수해 온 정동영과, 수사 결과로 최대의 이득을 보게 된 이명박의 표가 조금 더 늘어났고, 이명박의 비리라는 틈새 시장을 정면 돌파하려던 이회창의 표는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대선이 채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인 지금, BBK라는 최대 난관을 피해나간 이명박의 대선 당선을 막을 만한 요소가 별로 없어 보인다. 게다가 '지성의 상징'이라는 대학의 학생 회장들에 이어 몇몇 유명 연예인까지 이명박을 공식 지지하고 나서기까지 하며, 자칫 '줄서기'로 보일 지도 모르는 기현상이 대선 직전에 일어나고 있기까지 하다.
이명박이라는 사람에 대해 무지했던 본인도 사실 처음엔,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외치는 대로, 그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 경제가 살아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본인이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현대건설 신화에 대해 어느 정도 경외감마저 갖고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비도덕적 이면을 용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의 비리 사실에 대해 야당과 언론에서 퍼부었던 비난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대선 후보 본인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기이할 정도로 온화한 언론의 태도가 놀라울 정도인데, 그러면 그럴 수록 더욱 더 이명박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고 싶어하는 게 현재 블로고스피어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선거라는 것이 원래 자신이 찍고 싶은 사람에게 정당한 1표를 행사해야만 민주적 선거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잘못된 생각이 떠오른다. 글의 제목 그대로다.
이명박 당선을 피하기 위해 정동영을 찍어야 하나?
현재 분위기로는 이명박 당선을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 아닐까? 사실 나는 정동영이라는 인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그가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서 그 누군가에 비해 깨끗하고 바른 이미지를 구축하긴 했지만, 그가 지금 내세우는 정책과 공약이 무엇인지 전혀 관심있게 지켜보지도 않았다. 게다가 나는 다른 후보를 마음에 두고 있질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치 않는 후보에게 투표함으로써 '표의 분산'을 막고, 내가 '더 원치 않는 후보'의 당선을 막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잠깐이나마 생각하게 되는 이런 현실이 너무나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