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능이 있었다.
오늘.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지하철 역을 향하던 중, 수능 시험장으로 지정된 것으로 보이는 학교의 교문 앞에서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대기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을 보게 되었다.
아... 그래. 오늘이 수능날이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날인데 의외로 오늘 아침은 덜 추워서 다행이네' 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며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mp3에 귀를 꽂고 오랜만에 Matchbox Twenty의 음악을 플레이했다. 갑작스럽게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 10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의 10년 전.
비평준화 지역이던 내 학창시절의 포항. 중학교때 학교에서 나름 공부 좀 한다던 친구들만이 프라이드와 자신감을 갖고 자랑스럽게 입학했던 내 고등학교. 아무리 잘난 것들만 모였다고 해도 순위는 매겨지기 마련. 어쩔 수 없이 '적절한 선에서 나름의 행복을 찾으려 했던' 1997년, 나의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벌써 그 때가 10년 전이 되었다.
1997학년도 대학수능때만 해도 문제의 난이도란 지금과는 격이 달랐다. 당시는 400점 만점에서 340점 이상만 된다면 서울의 명문대라고 하는 SKY는 골라서 갈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지던 시절이었다. 그 때의 나는 80점 만점에 40점을 넘는 것이 목표일 정도로 수리영역(I)에 매우 취약하였는데 그 10년 전의 수능 다음 날, 내게 한 줄기 희망을 주는 소식이 날아든 것이다.
수능 난이도 대폭 낮춰...
특히 수리영역(I) 난이도 대폭 하락...
360점 이상의 고득점자 속출!!
그렇다. 그렇게 나는 다시금 마음을 고쳐먹고 원대한(?) 꿈을 갖고 수능 공부에 몰두하기 시작했었다.
다시금 오늘.
1년, 아니 3년, 아니 12년간을 준비해왔던 이 날을 위해 수험생들은 자신의 혼신을 바쳤을 것이다. 자신들의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흥분된 마음으로 기대를 하고 있는 수험생이든, 좌절속에 내일을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를 수험생이든... 그간의 고생에 대해 수고했다는 말을 남겨주고 싶다. 무엇보다도 그 수험생들을 위해 언제나 노심초사하시면서도 아무런 내색없이 조용히 뒷바라지를 해주셨을 그들의 부모님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무엇이 멀찍이 우리 앞에 놓여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인생은 즐겁지 아니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