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가 돌아간다. 달려라. 안그러면 뒤쳐진다. 뒤쳐지면 죽을 지도 몰라.
아침 6시에 눈을 뜬다. 요즘은 8시까지 출근인 관계로 6시에 일어나도 된다. 하지만 일어날 때마다 받는 느낌. 쳇바퀴가 돌아간다는 느낌.
하루를 치열하게 끝내고 나서 집에 돌아갈 때 쯤이 되면 이 쳇바퀴도 좀 멈추겠지 하는 안도감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다시금 곧 돌아가기 시작하겠지라는 생각에 한 숨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이 고독하고 끝없는 레이스. 마라톤에 참가하는 사람은 수백명이지만 1등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뿐. 어쨌든 완주를 하는 사람도 다수이겠지만 골인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부지기수. 마라톤은 그 낙오자들에게 무슨 의미였을까? 아니, 마라톤에게 그 낙오자들은 무슨 의미였을까?
마라톤이라는 '경기'의 목적은 완주이겠으나, 다행스럽게도 인생은 그렇지 않다. 완주하지 않아도 좋다. 쉼없이 쳇바퀴 돌면서도, 지친 염통을 다시금 움켜쥐고 펌프질하여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면서도, 주위의 아름다움을 즐기기도 하고 너무 힘들 때는 잠시 쉬어갈 수도 있고 정해진 코스가 아니라 마음 가는 대로 달릴 수도 있으며 옆 사람과 같이 손을 꼭 붙잡고 함께 달릴 수도 있다. 물론 1등을 할 수도 있다. 가장 짧은 길을 선택해서 완주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도 축복받을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축복받을만한 일은 아니다.
숨이 가빠오기 전엔 여유가 있었다. 웃기도 하고 옆 사람과 농담도 하고 고개를 돌려 떠오르는 태양에 감탄을 내뱉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내 나이 서른. 숨이 가빠오기 시작한다. 완주를 하는 것이 좋겠지? 모두들 저 골지점을 향해 달려가는데... 그래야겠지? 그런데 왜 이리 재미가 없을까...
마라톤이라는 '스포츠'의 목적은 건강한 육체와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