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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5일.
2000년 3월 28일에 입대했던 내가, 2001년 3월 27일 밤에 몸서리치게 전율했던 이유는 다른 이유도 아닌 단 하나이다.
내가 1년을 버텨냈다!
2008년 1월 9일. 내가 처음으로 건설 현장이라는 곳에서 건축 기사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 날.
그리고 2009년 1월 9일. 내가 1년을 '버텨냈다'는 기쁨을 느끼기는 커녕 기사생활 1주년 기념일을 기억해내지도 못했다.
나이가 들면 '먹고 사는 것' 이외에는 무감각해 지는 게 당연한 것이려나...
그냥 좀 씁쓸했다.
오늘 문득 지난 현장에서 찍었던 현장 사진들을 쭈욱 돌아다 봤다.
2008년 2월 28일 현장 전경사진. 이상하다. 분명 현장에 간 지 꽤 시간이 지난 후에 찍은 사진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게 채 두 달도 되지 못한 시점의 사진이다.
그런데 이 곳에서는 왜인지 체감상으로는 시간이 조금 더 빠르게 흐르는 것 처럼 느껴지는 것을 보니
이제 나도 어느 정도 현장이라는 곳에서 익숙해져 가는 모양이다.
2008년 8월 한창 덥던 어느 여름 날의 아침.
오전 8시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땀으로 온 몸을 축축히 적시고 있던 그 와중에
'과연 내가 지금 하는 이 일이 내게 맞는 일일까' 라는 고민을 하지 않았더라면 거짓이리라.
그만큼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었는데,
지금 와서는 그 각오의 75% 만큼 밖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다.
이 곳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한 달이 될 2009년 2월의 다섯번 째 날.'B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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