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포스트.
베트남 생활이 지겹지겹하기 시작한지도 벌써 몇 달 째.
귀국인사발령이 취소되는 등의 소란을 겪고 난 후, 원 귀국일로부터 16일이 지난, 그리고 실제 귀국일로부터 15일이 남은 오늘, 홀로 남게 된 야근 시간이 우울하고 적적하다 무심코 그리고 오랜만에 들른 '내 집'.
'집을 짓는 일'을 업으로 사는 내가 오히려 내 '집' 관리에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다 보니,
갑자기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현장도 이 쯤 되면 일이 좀 많이 줄고 편해져야 하는 것이 맞을 진대, 이 놈의 현장은 끝까지 일이 줄지를 않는다.
마치 30대의 나이에
- 이 정도 나이면 얼굴에 여드름은 좀 나지 않아도 되겠구만...
- 이 정도 나이면 부모님한테 잔소리 안 듣고 살아도 되겠구만...
- 이 정도 나이면 사랑에 울지 않아도 되겠구만...
이 쯤 됐는데... 말이다.
더울 때 한증막에 들어갔다 나오면 더 시원해지는 것 처럼, '여자'는 '여자'로 잊어야 하는 것도 맞는 말일까.
이 쯤 됐는데... 아니 제대로 말하면 이 쯤 되니 '더'...
벽의 지우기 힘든 낙서마냥 여전히 그대로 그어져 있는 누군가의 흔적.
지우기 힘들다면 그대로 두어야 할까... 벽을 긁어내서라도 그 흔적을 없애야 하는 것일까.
잊겠다고 했지만 사실 잊는 게 아니다. 그냥 묻어두고 괜찮은 척 할 뿐이라는 것.
다 알면서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또 그렇게 믿고 또 그렇게 속는 척 하는 것일 뿐.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의외로 들어맞지 않는 구석이 많다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