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짐승이라 불리지 않기에, 짐승과 구별되게 해 주는 숭고한 면이 있는데 그것 중 하나가 어떤 상황에서든 적응하는 능력이리라. 적응 내지는 순응이라 말하는 것.
저 놈은 사막 한 가운데 떨어져도 살아남을 놈이여.
칭찬인지 욕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저 한 마디. 실제로 저 말 속에 은근한 부러움마저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그 정도로 한 개인의 우수한 적응력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져 가끔 권장되기도 한다. 과연...
사람이 태어나서 늙어간다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슬픈 일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원숙해지고 노련해져서 그 어떤 어려움에 부딫힌다 하더라도 지혜를 빚어내 슬기롭게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
저 한 마디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내일 모레 30이 된다는 생각이 들면 머리속에 짜증부터 밀려드는 게 요즘 사람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언제나 피터팬일 줄 알았던 자신도 배가 나오고, 머리가 하얗게 되거나 빠지고, 얼굴에 주름이 지고, 힘이 빠지는 것이 너무나 싫은 법이다.
하지만 내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순응하여 내 의지가 아닌 그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세상의 이치대로 살아가는 것, 하던 대로 하는 것, 돈에 집작하는 것... 22살 젊은 김재석 병장이 전역을 꿈꾸며 휘갈겼던 내 노트 속의 스물 아홉 김재석은... 분명 지금의 스물 아홉 김재석과는 다를 것 같다는 막막함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지는 발걸음을 힘없이 걸어가는 것...
그것이 내가 가장 무서워 하는 노화(老化)...
그래서 인지 요즘 거울을 보면 '나도 참 많이 늙었구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
'B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0128 (0) 2009.01.29 문득 떠오른 잡생각 (3) 2008.10.14 틈틈이 (0) 2008.08.26 트랙백 놀이 - 이름 (2) 2008.06.10 본사에서 일하는 맛 (0) 2008.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