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생활 1달이 조금 지난 오늘.
그 1달동안 달라져 버린 게 너무 많아졌다.
그리운 사람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이 곳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 무더운 날씨.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스콜. 참아내기 너무 어려운 베트남 음식. 아무런 계획조차 잡기 싫어지는 휴일.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틈틈이 나는 우리나라를 꿈꾼다. 당연하게만 받아들이고 있던 우리나라의 거리를, 내가 좋아하는 퀸 음악을 들으며 활보하며, 마구마구 카메라를 들이대며, 신나게 돌아다니던 얼마 전의 나를 꿈꾼다. 취업만 되면 내 인생 모든 것이 풀릴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과 함께 하루하루를 보냈던 철없던 시절이었지만, 어쨌든 가장 행복했던 그 때. 내 영혼이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아다니던, 취업이 되고 난 후 입사 전 몇달간의 시간. 어떻게 찍어도 잘 나오던 사진...
이제는 회사라는 조직속에서 허울 좋은 창의적 사고 대신 해 온 대로 하길 원하는 분위기 속에서, 대학생활 내내 내심 두려워했던 '건설이라는 직종이 나와 잘 맞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점점 명확해짐을 느껴간다. 내내 무기력해지고 점점 위트도 사라지고, 여유로운 마음보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내 모습이 너무나 미워진다.
가장 끔찍한 순간은, 한달 내내 그렇게 나 자신을 증오해왔던 내가, 월급날이 되면 그 모든 걸 잊어버리고 말 때이다. 결국 돈을 위해 내 개성을 포기한 채 남들에게 보기 좋고, 우리 가족들이 좋아하는 이 직업을 끝까지 유지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내 동기 중 그 누군가 이야기했던 것 처럼 '내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주변의 기대를 모두 뿌리친 채 이 회사를 나와야 하는 것인지... 이제는 그 정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그리고 나는 그 정답을 찾았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일해 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