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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이 영웅이라...?Blog 2006. 6. 3. 07:52원본 뉴스 트랙백 : http://news.naver.com/tb/news011,0000135050
뉴스 기사는 단순하다. 90년대 초반에 소설로 발표되어 엄청난 반향(베스트 셀러가 되는 것은 물론, 나중에쪽박찬영화로도 제작됨)을 일으켰던 김진명 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기본 줄거리 ─ 북악스카이웨이에서 이휘소 박사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된 사건의 배후를 파해치는 내용. 그 이휘소 박사는 천재 물리학자였으고,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핵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 가 단순히 픽션이 아닌, 실제로 있었던 사실임이 미국 비밀문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는 뉴스다.
문제는 저 뉴스가 아니라 리플들이다. 베스트 댓글로 달린 글을 보면 온통 '박정희 찬양' 글이다. 인정한다. 성공한 쿠데타는 언제나 그 주역을 영웅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은 쿠데타 자체의 성공이냐 실패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 뿐, 도덕적 가치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가장 거대한 성과인 경제발전을 위해 온 국민이 감내해야만 했던 희생이 너무나 컸다. 무려 20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철권통치를 계속했다. 물론 흔히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80년대의 엄청난 경제성장의 기반이 박 대통령의 집권기에 닦인 것은 분명히 인정하는 바이다. 박 대통령이 보기에 배고프던 시절에 '민주화'를 부르짖는 학생들은, 배고파 굶어죽기 직전인 거지가 눈 앞의 먹을 것을 거부하고 보기 좋은 옷이나 찾으려 하는 철부지로 보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20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후퇴하기 시작한 우리의 민주주의 시민의식은 지금껏 나아질 줄 모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민주화는 어떠한 것이었을까? 만약에 그의 집권이 10.26으로 끝나지 않고, 평소 그의 염원이었던 경제의 안정화와 더불어 자신의 집권기 안에 평화 통일을 이룩하고, 정치 사회적인 민주화를 달성했다면 지금의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박 대통령은 상기한것처럼 우리나라를 매우 사랑했다. 문제는 너무나 사랑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이루어 놓은 업적을 다음 대통령에게 그대로 승계하여 발전시키려 하기 보다는 자기가 모든 것을 이루려 했다. 이런 독선적 애국주의자에게 민주화는 뒷전이었을지 모른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이룬 경제 성장은 단순히 파이의 크기만을 불려놓은 것일 뿐이었다. 먹을 것은 분명히 많아졌지만 재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벌 중심의 경제 발전은 근로자들의 희생을 담보로 재벌들의 배만 부르게했고, 70년대에 이르기까지 신문과 방송에서 떠드는 각종 경제 수치의 급상승도 실제 서민 경제에는 큰 체감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도, 이익의 재분배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경제의 계층 편차, 지역 편차가 더욱 더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정희 대통령 덕분에 우리는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다. 최소한 굶어 죽는 사람은 국내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잘 사는 우리나라가 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로 가득 찬 나라'가 되었을까? 박 대통령 시절부터 계속되고 있는 정치 경제분야의 우두머리들에 비해 일반 국민들의 삶의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기 때문에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아닐까? 열심히 일해서 열심히 돈을 벌고 있지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엔 끝없이 모자라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는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 '민주화'가 되었다. 예전같으면 술김에 대통령 욕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갔을텐데, 요즘엔 각종 인터넷 뉴스 댓글을 통해 대놓고 대통령을 까대는 세상이다. 글쎄... 우리나라가 벌써 '민주화'가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정치권은 70년대에 비해 나아진 것이 없다. 얼마 전 5.31 지방선거에서 輿가 대패했다. 원인은 간단하다. '개혁'을 부르짖던 輿를 믿고 밀어주기 위해, 나라의 대통령을 탄핵으로부터 구해줬고 이어진 선거에서는 과반수 정당까지 만들어줬다. 그러나 여당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개혁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60~70년대의 공화당 모습의 70%이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한나라당 역시 잘한 것 없으나, 뽑을 당이 없어서 한나라당을 뽑았다는 것이 대세인 듯하다. 정치권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은 아직 '민주화된 정치권'보다는 '생색내면서 한 몫 단단히 챙기는 무리들'이라는 게 더 보편적이다.
이런 정치 불신도 어떻게 보면 일찍부터 민주화를 시작하지 못한 나라의 역사에도 일면 원인이 있다. 아직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된다'라는 의식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서 완전히 제거되지 못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이고 시민의식까지 나라 전체가 '완전한 민주화'를 이루어내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과오는 명확하게 가려내 교훈으로 삼아야할 우리 후손들이 '박대통령이 영웅'이라는 헛소리를 시작하고 종국엔 '맹목적인 충성'까지 바치려 한다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정치 경제의 선진국'의 길은 더욱 더 요원해질 것이다.
조규찬 Drive fr The 3rd Se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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