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더웠던 날. 아침부터 그렇게 더워 힘이 빠지던 날이었지만 오히려 몸은 더 가벼웠다. 제대로 된... 아니 제대로는 아니겠지만 나만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첫 날... 바로 역사적인 그 날이었기 때문이다.
mp3를 귀에 꽂고 퀸의 음악을 들으며 프라하의 거리를 돌아다니는 맛은 참 좋았다. 거기다 내 어깨에는 D70이 자랑스럽게 자리잡고 있지 않은가? 민박집 주변마저 내 마음을 잘 아는지 그렇게 화창하고 아름다우며 조용했다.
국립 박물관부터 시작되어 쭉 뻗어있는 바츨라프 광장... 광장이라기보다는 대로에 가깝지만, 대로라고 하기에는 광장에 가까운... 흐린 날씨였지만 간간히 고개를 내미는 햇빛이 있었기에 더욱 운치가 넘치는 곳이었다.
그렇게 그 길을 따라 내려가다 오른쪽으로 돌면 화약탑이 보인다. 화약탑에서 다시 왼쪽으로 꺾어 길을 가다보면 멋진 구시가 광장이 펼쳐진다. 참... 중국사람들이 많았다. 북적북적... 아... 그리고 화약탑 가기 전에 환전을 했는데 수수료(commision)가 없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환율이 사기성이라 짜증이 나기도 했지...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구시가 광장에 이르러 배가 조금 고파서 간단한 핫도그와 콜라를 사먹었다. 체코의 코른화(貨)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서(맥주 한캔에 최저 400~500원 선. 사실 맥주가 체코에서 싼 편이기는 하다), 먹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구시청사의 시계탑! 위를 올려다보니 시계탑에서 프라하의 전경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부리나케 걸어(?) 올라가서 즐겁게 사진을 찍어댔다. 그런데 주변에 팀단위로 투어를 도는 한국인들이 있었다. 혼자 도는 투어라서 신나기도 했지만, 혼자 도는 투어라서 그럴 땐 조금은 쓸쓸했던 기억이 난다.
시계탑을 내려와 다리를 건너 프라하성으로 향했다. 지나가는 길에 프라하의 수많은 다리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까를교가 멀게 보였다. 그 아래로 보트위에서 노를 저으며 분위기를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보였다. 언제나 그런 여유는 내게 멀게만 보인다.
프라하 성 도착. 넓게 트인 시야와 더불어 내가 유럽에 와서 처음으로 맛보는 중세 기독교의 그 위세의 흔적을 즐길 수 있었던 곳...
이리 저리 다니며 느끼는 감흥을 소중히 간직한 채, 그렇게 나는 어느새 지쳐버린 발걸음을 힘을 내 하나하나 옮기며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