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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다 (1987)Blog 2019. 2. 17. 19:24
"아다다"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로, 원작은 계용묵의 한국 근현대문학의 걸작 중 하나인 "백치 아다다"이다.
아다다는 여자 주인공의 별칭으로 선천적인 언어 장애가 있는 바람에 말을 못하고 "아", "다" 밖에 못해서 붙여진 이름. 원래 "김확실"이라는 이름이 있음에도 작품 내에서는 "아다다"로만 불린다. 말은 못하지만 심성이 착한데다, 일도 할 줄 모르면 병신소리를 들을까봐 무슨 일이든 억척스레 열심히 하는 우직한 면까지 있는 편.
이 명작을 마치 에로영화마냥 만들어 놓은 마케팅팀의 위엄.
줄거리
그 당시 여자들의 일생이라는 것이 다 비슷했겠지만, 처음 보는 남자와 혼인을 맺고 "출가외인"이라는 이름으로 부모 형제들과 반강제적으로 절연당하면서 그녀의 인생 질곡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그녀를 대하던 남편도, 도박으로 돈을 크게 벌게 되면서 말 못하는 아다다 대신 둘째 부인을 집에 들이고 본 부인 아다다를 구박하기에 이르며, 시어머니도 아다다 편이 되어 주기도 하지만 결국 아다다는 첫째 집에서 쫓겨나고 만다.
"출가"한 여식이 다시 집에 돌아오는 건, 양반 집안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 집안의 멸시를 견디다 못한 아다다는, 그 전부터 사이좋게 지내던 동네 총각 수룡과 야반도주를 하며 함께 살게 된다. 짧게나마 다시 행복한 삶을 꿈꾸던 그 때, 수룡이 아다다에게 미래설계의 꿈을 나누기 위해 열심히 모은 돈을 아다다에게 보여줬지만, 돈을 보며 흐뭇해하는 수룡을 본 아다다는 그 돈 욕심이 결국 자신을 불행하게 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다음날 새벽 수룡 몰래 그 돈 전부를 바다에 버려버리고, 이를 뒤늦게 본 수룡이 눈이 뒤집혀 돈을 다 가지고 오라며 아다다를 바다에 빠뜨린다. 하지만 수영을 할 줄 몰랐던 아다다는 물에 허우적거리고, 이내 정신을 차린 수룡이 아다다를 구해보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목숨을 잃고 만다.
사족
1987년 작품이지만, 나는 1989년 또는 90년 즈음 명절 특선(설인지 추석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으로 TV에서 처음 봤었다. 국민학생이었음에도 큰집의 12인치 남짓되는 TV로 밤 늦게까지 감정이입 100%하여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때도 슬픈 내용 때문에 어린 마음에 며칠간 후유증이 생길 정도였고, 지금 다시봐도 한 번에 다 보는 게 쉽지 않을 만큼 아다다의 기구한 일생이 가슴 아픈 영화.
그 누군가는 네이버 영화 댓글을 통해 "일본 영화에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있다면, 한국 영화에는 아다다가 있다" 라고 코멘트를 남겼는데, 공감이 간다. 다만,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오로지 사랑받고자 노력했지만 그러한 노력이 오히려 그녀의 일생을 비참하게 했다면, 아다다는 순수한 영혼을 가졌음에도 인간의 본성인 물질적 욕망이 그녀의 운명을 어둡게 만들었다는 차이. 그리고,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마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유명한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줄곧 신나는 음악과 화려한 색감, 순간순간의 코미디까지 가미된 마츠코의 비참한 일생이 가슴에 남고, 아다다는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도 지금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당시의 유교 문화와 그로 인해 빚어지는 조선 여인의 비극적 일생, 그 속에서도 가장 강하게 여운을 남기는 아다다역을 연기한 신혜수의 눈부신 아름다움이 가슴에 남는다.
참고로, 이 영화를 통해 신혜수는 몬트리올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탔다고 카더라.
그 외에, 첫번째 남편으로 나온 한지일이 이 때의 나에겐 어찌나 얄밉던지, 그 후의 한지일씨가 맡은 역할이 선역이라 하더라도 나는 그를 100%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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